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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 출신의 무농약 친환경 농부 김호중의 『흙 속에 베풂 속에』. 고향에서 흙을 일구며 베품의 삶을 살아가는 저자가 2003년 봄부터 2009년 가을까지 써내려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제2의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년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문화일보 웹사이트에 연재한 영농 편지 '화성에서 온 편지'를 엮은 것이다. 저자의 아들로 문화일보 사진부 데스크를 맡은 김선규의 사진을 함께 실었다.

1. 이 책은 - 흙을 일구며 베풂의 삶을 실천하는 제2의 인생 이야기

‘도시에 살고 있는 손자들이 병아리 두 마리를 데리고 와서 잘 길러 달라고 성화를 했다. 귀찮았지만 손자들이 하는 부탁이라 어쩔 수 없어 병아리를 돌보게 되었다. 손자들은 수시로 전화를 해서 병아리의 안부를 확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아리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닭장 주변을 어른거리던 족제비가 물어 간 것이다. 손자들이 실망할 것을 생각하며 한참을 망설이다 전화기를 들었다. 대번에 둘째 손자 녀석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이 아팠다. 주말에는 손자들이 내려왔는데,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노년에 시골로 내려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지은이의 일기 중 한 대목(126쪽)이다. 이 책은 30여 년간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다가 퇴직 후 귀향하여 땅을 일구고 봉사의 삶을 실천하며 사는 지은이 김호중의 영농 일기를 지은이의 큰아들 김선규(문화일보 사진부 데스크)가 찍은 사진과 함께 묶은 것이다.

이 책은 노년에 새롭게 시작하는 제2의 인생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그 새로운 인생을 흙에서 시작하였다. 서울 서라벌고등학교에서 정년을 2년 앞둔 지은이는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날 때라는 결심이 서자 곧바로 경기도 화성 고향땅으로 향했다. 조상이 물려준 텃밭을 땀 흘려 일구었다.

흙에서 시작한 삶이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손이 부족했고, 무농약 · 친환경 농사를 고집하다 보니 무성한 잡초와 병충해 때문에 힘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농사는 때가 있고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49쪽)라고 실토하게 된다.

농사일의 힘겨움을 토로하면서도 글에는 생명에의 무한한 애정과 애틋한 농심이 깃들어 있다. 수십 년간 제자들을 돌보았던 것처럼 이제는 그들을 대신해서 정성껏 키우는 곡식에 대한 애정 공세는 물론이고 ‘성가시고’ ‘염치 없는’ 잡초조차도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세상의 빛을 보는 것이겠죠. 잡초와의 전쟁을 선언했던 집사람 안중댁도 이제는 잡초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본답니다.”(52쪽)라며 보듬는다. 이제는 하찮은 “미물도 다 가족처럼 느껴집니다.”(214쪽)는 것이다.

글에는 따뜻한 가족애가 표현되어 있다. 김매기를 하면서 삼복더위 논밭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동산에 올라 알밤을 주으며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밤 따러 가던 일을 회상하기도 한다. “할아버님이 그러셨고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지금은 제가 이곳에서 앉아 장작을 지피고 있습니다. 문득 도회지에 나가 사는 아이들이 그리워집니다.”(80쪽)

아내를 향한 안쓰러운 마음도 잘 표현되어 있다. “층층시하에서 시집살이를 매섭게 하면서도 아들 딸 4남매를 곱게 잘 키우자니 그 고생이 오죽했겠습니까.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근검절약하고 성실하게, 세상 물정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보고도 못 본 체하며 묵묵히 살아왔답니다.”(27쪽)

이 책은 나눔과 봉사의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은이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도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오전에는 수원 아주대 병원에서 오후에는 성 빈센트 병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였다.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했거나 위급한 환자들로 긴박하고 어수선한 응급실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마음이 뿌듯했다.”(284쪽)

이 책은 문화일보 웹사이트 ‘김선규의 사진여행-화성에서 온 편지’(http://cafe.munhwa.com /ufokim)에 연재되었던 것을 묶은 것이다. 지은이는 2003년 4월부터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지은이가 글을 써서 메일을 보내면 아들이 사진과 함께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고향과 가족에 대한 정겨운 이야기에 많은 독자들이 댓글로 화답했다. “오래간만에 시골의 내음과 고향의 포근한 가슴이 생각나게 하는군요. 찌들어 가는 도시 생활에 지칠 때면 생각나는 고향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가슴속에’) 시인 도종환도 “저도 ‘접시꽃 당신’을 내면서 아내의 고마움을 새삼 느낀 바 있습니다만, ‘새삼 늙어 가는 아내에게 잘 해 주어야겠다’고 다짐하시는 선생님의 은근한 사랑이 찌릿하게 다가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이 책의 사진은 문화일보 사진부 데스크를 맡고 있는 큰아들 김선규가 직접 찍은 것으로 아버지의 글을 더욱 빛내고 있다. 그는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을 이기고 어김없이 화성 땅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냉이 달래 꽃다지 쑥 등이 얼굴을 내밀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만 같습니다. 다시 건강해지신 모습으로 해진 밀짚모자를 쓰고 흙을 일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7쪽, 프롤로그)라며 현재 병환 중에 있는 아버지가 얼른 회복하여 다시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45년이 지나 이제 환갑을 훌쩍 넘긴 제자도 스승의 책 말미에 응원의 글을 보탰다. 제자에게 지은이는 ‘늘 마음에 계신 선생님’이셨던 것이다.

2. 이 책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1부 “화성에서 보낸 편지”는 지은이가 34년간 정들었던 교편을 놓고 고향에 내려와 무농약 ·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겪은 일들을 묶은 것이다. 대략 2003년 봄부터 2006년 가을까지의 일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때는 지은이가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6-7년이 지난 시점이다. 지은이는 농사일을 할 줄 모르는 초보 농부이지만 텃밭을 일구며 겪은 어려움, 가족들에 대한 안부,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 이웃과 나누며 사는 기쁨 등을 표현하고 있다.

1부의 1장 ‘농심은 천심’은 2003년 봄부터 겨울까지 한 해 동안의 일기를 모은 것이다. 당시 지은이는 큰아들 선규의 부탁으로 이 해 봄부터 일간지 사이트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였다. 저자는 “서투른 초보 농사꾼이 고향땅에서 농사짓는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19쪽’)라고 적고 있다. 1부의 2장 ‘가을에 느끼는 행복’은 2004년 봄부터 2005년 겨울까지의 일기를, 마지막 3장 ‘나눔의 기쁨’은 2006년 봄부터 2009년 가을까지의 일기를 모은 것이다.

2부 ‘삶과 길: 교직을 천직으로’는 지은이의 자서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2부의 1장 ‘내가 걸어온 길’에서 지은이는 일제강점기의 유년 시절부터 해방 전후의 학창 시절, 이후 30여 년의 교사 생활과 현재의 모습까지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인생을 솔직하고 담담한 어조로 회고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참혹했던 두 차례의 피난길 생활을 들려주는가 하면, 다소 유약하고 ‘무서움을 타는 아이’였던 자신이 군대 생활을 통해 “나를 발표할 수 있는 사람, 어떤 일에도 떳떳하고 자신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지은이는 특히 가정의 불화로 인해 인고의 세월을 살다 떠나가셨던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돌아가신) 이후로 허탈한 내 마음은 한쪽에 구멍이 뻥 뚫린 채 늘 찬바람이 불어왔다.”라며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1부 화성에서 보낸 편지
1장 농심은 천심 - 2003년 봄부터 겨울까지
2장 가을에 느끼는 행복 - 2004년 봄부터 2005년 겨울까지
3장 나눔의 기쁨 - 2006년 봄부터 2009년 가을까지

2부 삶과 길: 교직을 천직으로
1장 내가 걸어온 길
2장 사랑하는 아버지, 존경하는 스승님께